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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 스타트업 스토리박스가 '세탁소'를 직접 운영하는 이유

[IT동아 권명관 기자]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 또는 결합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다는 표현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O2O 서비스는 실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모바일 쇼핑몰 속 장바구니다. O2O 서비스는 이미 우리네 일상 생활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누가 인터넷 속 장바구니를 문 앞에 옮겨 놓았을까. 주인공은, 누구나 알고 있는 택배 기사, 배달원 등이다. 이들은 오토바이(이륜차), 소형 자동차, 1톤 이하 화물차 등을 이용해 전국을 촘촘하게 누빈다. 인터넷과 모바일(온라인)을 현실(오프라인)과 연결하는 주인공이다.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나는 택배 박스 <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나는 택배 박스 >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소비패턴과 유통채널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다양하게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산업간 경계를 지우고 있는 신산업도 다수 등장했다. 이 같은 현상에 따라 최근 정부 역시 기존 수출입 제조업 지원 위주 산업정책 기조를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산업 육성정책으로 전환하며, 물류 산업에 새로운 발전동기를 부여했다. 특히, 맞춤형 생활물류(택배, O2O 등)를 중심으로 신물류 서비스 수요 급증은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생활물류의 시대다. 참고로 생활물류는 생활화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거나 소비자로부터 회수되어 폐기될 때까지 이루어지는 운송∙보관 등과 이에 부가되어 가치를 창출하는 분류∙포장∙정보통신 등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생활물류 서비스로는 택배, 배달대행, 퀵서비스 등이 있다.

무인택배함과 생활물류 서비스의 만남

중앙 관제가 가능한 무인택배함을 개발한 위키박스는 2018년 11월부터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오피스텔(500세대)을 대상으로 세탁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어 2019년 1월 서울 신길동에 위치한 아파트 1,700세대까지 확장해 총 2,200세대에 세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세탁 서비스는 위키박스가 무인택배함을 활용한 첫번째 O2O 생활서비스다.

위키박스의 세탁 서비스 '위키 워시' 홍보 자료, 출처: 위키박스 홈페이지 < 위키박스의 세탁 서비스 '위키 워시' 홍보 자료, 출처: 위키박스 홈페이지 >

위키박스의 세탁 서비스를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발로 뛰는 업체는 청년 스타트업 '스토리박스'다. 작년 11월 27일부터 김형욱 대표 외 2명이 창업해 현재 5명이 세탁물 수거, 배송, 고객 대응, 세탁물 사전/사후 검수, 세탁, 다림질, 사무, 회계 등 하나씩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약 1년간 온라인 속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정진한 결과 매출은 10배 이상 성장했다. 스토리박스의 작년 12월 매출액은 78만 3,500원, 일평균 주문건수는 2.5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11월 매출액은 900만 원 이상, 일평균 주문건수는 23건으로 늘어났다. 물론, 사업 초기 워낙 낮은 수치와 비교했기 때문에 10배라는, 다소 비약적인 성장 결과로 나타났지만, 내년 상반기에 무난히 BEP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이 창업 후 1년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적자를 모면한다는 것은, 결코 부끄럽지 않은 성적표다.

그리고 스토리박스는 지난 1년간의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11월부터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세탁소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위키 세탁소' 1호점을 오픈했다. 김 대표는 "무인택배함의 세탁물을 인근 세탁소와 협력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BM은, 현실적으로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어려웠다"라며, "무엇보다 안정적인 세탁 서비스를 위한 선택이다. 세탁 서비스는 깨끗한 세탁이 기본이다. 이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에는 영업하고 있는 세탁소와 협력해 세탁물을 처리했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위키세탁소 1호점 <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위키세탁소 1호점 >

이어서 그는 "위키세탁 물량이 늘어나면서 협력관계에 있던 세탁소만으로 물량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위키세탁소 1호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다"라며, "세탁물을 수거한 뒤 세탁물 상태를 검수하고, 세탁을 완료한 뒤 세탁물 결과를 검수하는 사전/사후 검수 시스템과 공간도 갖췄다.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O2O 서비스의 핵심,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현장애서 직접 경험하며 찾은 나름의 해답이다. 물론, 직접 운영하는 위키세탁소가 아니라, 협력할 수 있는 세탁소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사실 초기에 추구했던 모습은 후자였다. 무인택배함 위키박스를 설치한 곳을 중심으로 인근 세탁소와 함께 O2O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현실적으로 이미 운영 중인 세탁소가 위키세탁 물량을 우선적으로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리고 위키박스와 스토리박스가 추구하는 생활 서비스는 세탁 서비스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세탁 이외에도 최근 주문이 빠르게 늘고 있는 의류 수선을 비롯해 가방, 구두 수선 서비스도 새롭게 런칭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나름의 주문량과 물류 동선 등을 아우르는 현장 데이터를 쌓았다.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세탁소를 운영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토리박스의 주 업무 동선은 이제 어느정도 정립됐다. 크게 배송팀과 검수/세탁팀으로 나뉜다. 배송을 담당하는 김 대표의 출근 시간은 아침 8시 30분. 전날 들어온 주문을 확인하고, 무인택배함을 돌면서 세탁물을 수거한다(일부 방문 수거도 진행 중이다). 이후 12시까지 수거한 세탁물을 검수 공간으로 옮긴다. 그리고 점심식사.

세탁 완료 후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세탁물들 < 세탁 완료 후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세탁물들 >

점심을 끝낸 뒤, 검수를 끝낸 세탁물을 위키세탁소로 옮긴다. 세탁소에 세탁물을 내려놓은 뒤에는 전날 세탁하고 다림질한 결과물을 다시 검수 공간으로 옮겨 얼룩은 잘 지워졌는지, 다림질은 잘 마무리되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세탁을 완료한 결과물 배송을 역순으로 시작한다.

세탁을 완료한 결과물을 배송 중인 스토리박스 김형욱 대표 < 세탁을 완료한 결과물을 배송 중인 스토리박스 김형욱 대표 >

오후 2시 30분부터는 의류, 가방, 구두 수선 주문에 대응한다. 이 역시 검수 공간으로 옮겨 사전 검수 과정을 거치고, 각각 의류 수선 전문가, 가방 수선 전문가, 구두 수선 전문가에게 전달한다. 오후 5시 이후에는 무인택배함이 아닌 직접 대면을 원하는 사용자 집으로 배송을 시작한다. 대부분 직장인들이다. 고객들이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배송 시간을 맞춘 것. 이렇게 하루를 끝내면 7시~8시 정도다.

위키세탁 관리자 앱을 통해 무인택배함을 열고, 세탁물을 넣으면 배송은 끝난다 < 위키세탁 관리자 앱을 통해 무인택배함을 열고, 세탁물을 넣으면 배송은 끝난다 >

지난 1년간 쉬지 않고 움직이며 배운 물류 처리 과정이다. 더운 여름, 추운 겨울을 모두 지나며 계절별 세탁 서비스 데이터도 쌓았다. 데이터를 통해서 자신감을 쌓았다. 무인택배함과 각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오프라인 지점을 연결하면서 최적의 동선도 찾았다. 바쁜 일상이지만, 김 대표는 차라리 주문이 없던 작년 겨울과 비교해 지금이 좋다며 웃는다.

현장에서 찾은 데이터

가장 긍정적인 데이터는 여성 고객의 상승이다. 세탁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 고객이 까다롭다. 남성의 경우, 세탁 품질보다는 제때 잘 배송해주는, 가격 싼 서비스를 선호한다. 하지만, 여성은 다르다. 얼룩은 제대로 지워졌는지, 다림질은 끝까지 잘 되어 있는지, 니트의 촉감은 여전한지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위키세탁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을 때 남성:여성 비율은 8:2였지만, 이제는 5:5 수준으로 올라왔다. 즉, 세탁 품질에 대한 검증 절차도 이제 통과한 셈이다.

다림질(좌)과 쉽게 더러워지는 와이셔츠 소매 끝과 목 뒤 세탁 장면(우) < 다림질(좌)과 쉽게 더러워지는 와이셔츠 소매 끝과 목 뒤 세탁 장면(우) >

검수 공간과 작업 공간(세탁소)을 직접 마련하면서, 수익률도 개선했다. 기존 세탁소와 협력하는 방식은 주문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이익을 크게 남길 수 없었다. 주문 건이 늘어나는만큼, 협력 세탁소에게 지출하는 비용 역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검수하고, 직접 처리하면서, 비용은 자연스럽게 절감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IT 인프라 구축은 위키박스가, 오프라인 인프라는 스토리박스가 담당하는 협력 관계도 다졌다.

세탁 서비스 시작 이후 한번도 떨어지지 않은 매출도 자신감을 더했다. 세탁소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 여름 휴가철에도 매출은 꾸준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데이터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럴 것이다'라는 예측이 아닌, 실제 갱신되는 '현장 데이터'가 우리 손에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라며, "앞으로도 스토리박스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생활물류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m@itdonga.com)

http://it.donga.com/29813/

작성일
2019-12-03 18:28